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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모욕죄

사이버 모욕죄 경찰서 고소 후기

by 블스12 2019. 4. 26.

사이버 모욕죄 알게된 경위

저는 사이버 모욕죄를 알기 전, 욕설을 들어도 부들부들하며 참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팀원들끼리 말싸움이 일어났고, 한 유저는 효심가득하게도 다른 유저의 부모님 안부를 묻기 시작했습니다. 욕설을 들은 유저는 본인의 인적사항을 공개하며 더이상 패드립을 하지말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설을 중지하지 않자, 욕설을 들은 유저는 고소를 하겠다고 말을 했죠. 속으로 '저런게 고소가 되나?'라고 생각했는데, 게임이 끝나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정말로 형법 제 311조에서 모욕죄에 대해 규정하고 있더라고요. 그때 저는 "게임 내부에서 욕설을 단절시키자"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욕죄 법률 조항

 

 

경찰서 접수 (첫 번째 후기)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게임을 하던 중, 한 유저가 실명을 닉네임으로 사용하는 저에게 "홍길동, 병X아"라며 욕설을 하기 시작합니다. 화가 났지만,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보통 욕설을 하는 사람에게 대꾸하면, 욕설을 더하기 때문에 피하는게 상책이기 때문이죠. 간혹 대꾸를 하지 않아도 욕설을 지속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사람이 그런 사람 중에 한명이었습니다. 위에 언급한 욕설을 토시하나 바꾸지 않고 반복하였는데, 10번째 반복되었을 때, 인적사항을 밝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름, 나이, 거주지를 밝히고 욕설을 하지말라고 요청했죠. 제가 인적사항을 왜 밝혔냐고요? 보통 인적사항을 밝히고 욕설을 중지해달라고 요청하면, 대부분 욕설을 중지합니다. 모욕죄가 제정된지 오랜시간이 흘렀고, 게임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욕죄 성립요건에 대해 알고 있으며, 상대방이 인적사항을 밝힌 이후에도 욕설을 지속하는 경우 형사적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분 지금까지 겪었던 사람과는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아랑곳 하지 않고 "병X"이라는 단어를 계속 반복했어요. 저는 모두 스크린샷으로 저장해서 고소를 준비했습니다.

게임이 끝난 뒤, 고소장을 작성하려고 했는데, 막막했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봐도 고소장 작성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시는 분들도 없고, 그렇다고 변호사를 선임하자니 비용이 부담스러웠습니다. 결국,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제공해주는 무료서식을 다운받아 작성하였고, 사건경위에 대해서 자세히 쓰는 것이 최선이었습니다. 고소장 작성을 완성했는데,  두 번째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고소장 접수하는 곳을 모르겠더라고요. 어떤 분들은 "경찰서로 가라" 어떤 분들은 "검찰청으로 가라" 하는 말들이 모두 달랐습니다. 20분정도 검색을 해본 결과, 경찰서 접수도 가능하고, 검찰청 접수도 가능했습니다. 저는 집에서 가까운 경찰서를 선택했습니다(파출소 아니고, 경찰서입니다.). 인생은 직진 '강남 경찰서'를 방문했습니다. 어디서 고소장을 접수받는 지 몰랐기 때문에 우선 민원실(정문 기준 왼쪽, 후문 기준 오른쪽에 있습니다.)을 방문했는데, 바로 정면에 고소장 접수를 받는 곳이 있었습니다. 접수를 받으시는 분이 대충 읽어보시더니, 사이버수사대로 사건을 배정해주었습니다. 4층에 있는 사이버수사대에 가서 고소장을 제출했는데, 그때 수사관의 표정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딱 '귀찮게 이런걸로 고소하고 있어'라는 속마음이 그대로 표정이 드러났죠. 그때 쉽지않겠구나라는 걸 직감했습니다.수사관은 고소하지 말 것을 설득하려 했고, 제가 설득이 되지 않자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죠. 순간 '내가 무슨 잘못해서 조사받고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더구요. 순간 '내가 왜 이런 조사를 받고있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회심의 2마디를 날렸습니다. "우선 말자르지 마시고, 모욕죄 구성요건 성립되고 피해자가 명백한데, 고소장 접수 안해주시면 직무유기 아닌가요?" 이말을 한 뒤, 고소장 접수를 위한 진술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말이 진술이지, 각하를 유도하는 유도 질문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때 '이거 고소장 접수해도, 각하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고 결국 각하되겠구나.'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결국 고소장 접수한지 5일만에 각하의견으로 검찰청에 송치되었고, 검사는 어떠한 진술도 받지 않고 각하처분을 내렸습니다.

 

 

검사의 불기소 처분 이후 항고장 접수 (첫 번째 후기)

들어가기에 앞서 검사가 각하처분을 내렸다면, 현실적으로 이 사건은 끝났다고 생각하시는게 좋습니다. 항고로 다시 기소될 확률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갈 정도의 확률이라고 하네요. 사실 이 내용을 빼려 했으나, 정말 억울해서 항고를 꼭 해야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적어드리겠습니다.

항고를 하실 때 주의할 점이 한가지 있습니다. 검사의 각하처분이 늦게 도착하기 때문에, 사이트에 들어가서 직접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형사사법포털'이라고 검색하시고 들어가시면, 공인인증서를 통해 본인의 사건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고소 접수한지 20일이 지났는데, 어떠한 소식도 받지 못하고 게시다면 사이트에 들어가서 처분을 확인하세요. 아마도 각하처분이 써있겠지만, 각하처분에 대한 이유는 자세히 써있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항고장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기소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 합니다. 형사사법포털사이트에 있는 민원센터 목록을 클릭하시고, 불기소이유고지신청을 합니다. 온라인 상 신청하면 2일이내 검사의 불기소 이유가 고지되지만, 어떠한 경우 검찰청에 직접 방문하셔야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불기소 이유를 받으셨다면, 그 내용을 논리적으로 반박하셔서 항고장을 작성해주시고, 불기소 처분을 했던 검사가 소속된 검창청 민원실에 가셔서 항고장을 접수하시면 됩니다. 민원실에서 접수를 하면 하루 만에 새로운 검사가 배정되고, 얼마 후 더 제출한 증거가 있는지 물어보는 전화를 받게됩니다. 하지만 결과는 정해져 있습니다. "각하"

저도 모욕죄의 성립요건이 충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기소조차 해주지 않으니, 정말 억울해서 항고장을 작성했습니다. 심지어 저는 대법원 판례까지 찾아보며 법리해석을 했기 때문에 모욕죄에 대해 준전문가 수준이 되었고, 준전문가 수준으로 항고장을 작성을 해서 접수하였으나, 각하 처분 받았습니다. 각하처분 받으셨다면 깔끔히 잊으시는걸 추천드립니다.     

     날짜별 과정
  • 2018. 05. 18 경찰서에 고소장 접수
  • 2018. 05. 23 수사관이 검찰청에 각하의견으로 송치
  • 2018. 05. 28 검사 각하 처분
  • 2018. 05. 31 항고
  • 2018. 06. 18 검사 각하 처분

 

 

필자가 생각하는 각하 이유 (첫 번째 후기) 

단순히 '병X'이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했기 때문에, 욕설이 심하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과거의 판례에서는 정도가 약한 욕설의 경우에도 모욕죄 성립을 인정하기도 했으나, 어디까지나 오프라인 공간에서 발생한 모욕사건의 경우에 인정해준 것입니다. 사이버상에서 일어난 모욕죄의 경우 욕설의 정도가 경미하다면, 대부분 각하처분을 받는 것이 요즘 추세입니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서는 차후에 자세히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게임 상 경미한 욕설을 들은 경우라면 참고 넘어가자라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